역사자료

(cms)은퇴안수집사회를 만들면서

작성자
itmedia
작성일
2013-01-02 12:31
조회
49

은퇴안수집사회를 만들면서

 

                                                          유병은

 

‘빌립과 같은 집사가 되어 충성스러운 청지기가 되라,"

내가 안수집사가 될 때 한경직 원로목사님이 우리들에게 주신 권면의 말씀이었다. 주옥 같이 값진 이 말씀의 뜻은 "집사의 직분은 교회의 심부름꾼이니 열심히 교회를 섬기라"는 분부로 매우 강도가 높은 가르치심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영락교회에서 은퇴안수집사가 처음 생긴 것은 1980년대 초이며, 고 김광한 안수집사님이었다고 한다.

 

뒤를 이어 김상로, 김익준, 박순복, 김지락, 장봉근, 하영복, 김섭택 등 7명의 집사님이 은퇴 후 이미 고인이 되어 하늘나라에 가 계시다. 충성스러운 심부름꾼 노릇을 하다 은퇴한 후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다.

 

은퇴안수집사회 회원은 모두 7명이고, 71세부터 78세로 그중에는 1946년 즉 영락교회가 생긴 후 맨 처음 서리집사로 피택 된 집사도 한분 끼어 있어 통산 44년간이란 긴 세월을 한 결 같이 우리교회를 섬기다 은퇴했으며, 다른 집사들도 모두 30년이 훨씬 넘게 봉사한 분들이다.

 

은퇴집사 중의 한 분인 하영복 집사님이 나에게 "여보 유 집사, 은퇴 하고나니 너무 허탈해요. 소속감이 없어요. 교회에 나와도 몸 둘 바를 모를 때가 있어요. 자주 만납시다" 하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그분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고, "은퇴안수집사회를 만듭시다. 그래야 만날 기회가 있지 않겠소" 하던 김섭태 집사님도 이미 우리와 유명을 달리하셨다.

 

은퇴하는 집사들이 그냥 뿔뿔이 헤어지고 나니, 마치 목자 잃은 양같이 되고 말아 모여서 친목하고 뭉쳐서 일하는 풍토 조성이 매우 아쉬운 실정이다.

 

비록 몸은 늙었지만 길지 않을 여생을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면서 훌륭한 할아버지로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이러한 생각과 친목을 도모하는 뜻에서 만들어진 것이 영락교회 은퇴안수집사회이다. 은퇴안수집사회라는 말은 작은 교회에서는 좀처럼 들어 보기 어려운 이름이다.

 

내가 은퇴할 때 안수집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는 단 한 분도 집사로 은퇴하는 분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하겠다고 했는데, 그 후에도 다섯 분이 은퇴를 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교회와 같이 큰 교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나의 안수집사 동기생 중에도 여덟 명이 아직 장로가 못 되고 있다. 비록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살이 잡히기는 했으나 모두 건강하고 참으로 충성된, 봉사를 많이 하는 분들이다.

 

모두 장로가 되어 교회에 더 많이 봉사함으로써 하나님께 더욱 영광 돌리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992년1월호 만남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