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영상예배 논쟁에 붙여

작성자
신영삼
작성일
2020-03-08 18:00
조회
103

영상 예배 논쟁에 부쳐


1. 의문은 충분히 가질 수 있지만, 함부로 비방하지 않길


 

영상을 통한 예배에 대한 의문

‘코로나19’로 온 나라와 세계가 걱정이다. 모든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있다. 이러한 때에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경과 상식, 교리와 실제, 규칙과 예외, 평범과 비범, 일상과 비상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특히 예배와 관련해서.

주일이었던 지난 2월 23일, 대구 지역 대부분의 교회들이 자체적으로 교회당을 폐쇄하고, 주일예배를 영상을 비롯한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지방정부와 대구시 기독교총연합회의 권고를 따라, 각 교회가 판단하여 결정한 일이다. 그 밖의 지역교회들 중에도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있다. “주일예배를 그런 식으로 드려도 되는가?” 심지어 의문을 넘어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주일예배를 폐하는가?”

 

비판은 조심, 의문은 가능

의문은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그 동안 접해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의 전염병을 최근에 경험했지만, 주일예배를 중단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성도들, 이에 대해 궁금한 성도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의문을 넘어 지나친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 냉정하게 숙고해 봐야 한다. 함부로 입을 열기 전에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최근 실시한 영상이나 각종 매체를 통한 예배 대체는 예외적인 현상일 뿐이다. 아주 짧은 기간(1주 혹은 2주 정도) 예외적으로 실시한 일이다. 그렇게 하기로 한 교회들 중에 앞으로 매 주일 그렇게 하겠다고 한 교회는 없다.

이 사태로 인해 가장 먼저 영상 예배를 드린 명륜교회(종로구 명륜동 소재, 박세덕 목사 시무)의 경우 확진자가 다녀간 다음 주일인 2020년 2월 2일과 9일에 2주 동안 동영상으로 예배했지만, 방역을 모두 마친 후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예외적인 상황


한시적으로 영상이나 인터넷을 통한 예배를 드린 결정은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임시적인 결정이다. 결코 예배를 가벼이 여기거나,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는 것이 아니다(히 10:25). 그리스도인은 예외와 규칙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장소가 아니라 공동체성이다

한국 모든 장로교회가 고백하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1장 6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오늘날과 같은 복음 시대에는 기도나 그 밖의 기독교 예배가, 행해지는 어떤 장소나 향하는 곳에 매여 있지 않으며, 그러한 예배가 더 잘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총회 헌법 예배지침 제1장 제2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신 하나님은 무소부재 하시므로 신자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예배할 수 있으나 특별히 성별 된 장소에서 주님이 부활하신 주의 날에 함께 모여 공동으로 예배드리는 것이 마땅하다.”

필자가 속한 교단 헌법인데, 다른 장로교 헌법에도 거의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다.

위 내용에 따르면, 핵심은 장소가 아니다. 공동체성이다. 평상시에는 예배당에 모여 예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지만,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예배당은 성전이 아니다. 그곳에서 드리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영상으로 예배드리는 것을 일상화하는게 문제다. 평상시에도 예배당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예배드리는 것이 문제다.

 

코로나19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예외를 허용한 교회의 지도자들이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자체가 두려워서 내린 결정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악한 자들에게 교회를 비방할 기회를 주지 않고자 함이리라.

신천지에서 환자가 나오고 그 확산자가 많아지자 사회의 비난을 당하는 것처럼, 기독교 신자 중에 코로나19가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으로 확산되어 도리어 세상의 비방거리가 되지 않기 위한 임시조치다. 혹시 모를 다른 사람에게 줄 피해를 염두에 둔 사랑과 배려다.

그러므로 교회가 아주 짧은 시기에 제한적으로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해서, 믿음 없음으로 치부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예외는 있을 수 있으나 

평상시에도 심각한 질병에 있거나 이동이 어려운 이들이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분들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예배를 대신하도록 돕는다. 그런 것은 예외다.

지금도 예배의 예외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목사 없이 예배가 드려지는 교회가 있다. 설교를 생략할 수밖에 없는 예배가 간혹 있다. 그런 경우는 예외다. 그런 예외를 그 누구도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예외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예외를 일반화하는 어리석은 신자는 없다.

이미 유튜브가 활성화된 시대지만, 인터넷 예배를 일상화하는 교회는 없다. 교회가 만약 성도의 단순한 편의를 위해 그런 예배를 제공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만약 그렇게 하는 교회가 있다면 분별해야 한다.
도리어 속히 일상을 위해 기도를 


의문은 충분히 가질 수 있다. 비상한 상황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 의문이 든다면 목회자나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질문할 수 있다. 상식적인 그리스도인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만, 함부로 입을 열어 비방하지는 않는다.

함부로 비난을 내뱉기보다는 도리어 기도하고, 상식적인 시민답게 행동하는 자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교회는 세상 앞에, 교회가 그 어떤 단체보다 상식적인 공동체라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신천지 같은 사이비 집단과는 전혀 다른 공동체임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마지막으로

예배를 바르게 드리려 노력하는 한길교회는 예배실에 영상 장비가 아예 없다. 유아실에도 영상 장비를 두지 않았다. 영상으로 드리는 예배를 썩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는 교회당에 모여 다함께 정상적으로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만약 우리 교회가 위치한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상황이 심각해지면, 다음 주에는 예외적인 방식을 취하려 고민 중이다. 그리고 예외적 상황이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하나님께 바르게 예배할 것이다. 교회당에 모여 온 성도가 함께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높이 부를 것이다.

 


  1. 벌써 30년 전 시작됐는데…




전염병의 위급한 시기, 소모적 논쟁의 전염

코로나19가 한국교회에 영상예배가 옳은가를 묻고 있다. 아니 코로나19라는 위급한 시기에, 한국교회는 소모적 논쟁에 전염됐다.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한 이웃 사랑보다, 영상 예배가 옳으냐 하는 근본주의적 질문으로 뜨거웠다.

안타깝다. 과연 그런 걸 논할 때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될 일인 것을.

영상 예배와 동일 본질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는데

어느 교회의 예배 실황이 공중파를 통해 중계된 것이 이미 30여 년 전이다. 컬러TV가 보급된지 얼마 안 됐을 때다.

상당수 교회당 안에 예배 촬영을 위한 카메라가 설치된 지 이미 오래다. 방송국처럼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일로 예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이미 많다.

지미집(Jimmy jib) 같은 방송 장비를 갖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교회들이 상당수다. 찬양대를 비추고 반주자의 손가락을 줌인하며 설교자의 모습을 멋지게 보여주는 방송 장비는 그 어떤 방송국만큼이나 고급이다.

한 장소에 모이지 않고 각 격실에서 TV 화면을 통해 예배드리기 시작한 것이 오래 됐다. 목사의 얼굴을 보지 않고 화면에 비친 모습만 보고도 신앙생활을 하는 성도들이 상당수다.

예배당에서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해서, 이른바 ‘가나안 성도’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 지도 오래다.

그러한 방식이 유행처럼 들어올 때는 다들 침묵했다. 그래도 되느냐고 묻지 않았다. 더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장소만 같을 뿐 공동체성이 없는 예배, 함께 예배드리는 이의 이름을 몰라도 되는 예배가 이미 본질상 영상예배다.

2부, 3부도 모자라 7부까지 나뉘어진 예배, 장소만 같을 뿐 공동체성은커녕 시간도 달리 드려지는 예배, 함께 드리는 것 같지만 사실상 함께 드리지 않는 예배가 한국교회에 가득하다.

그러한 예배가 이미 본질상 영상예배다. 그런 식의 예배가 일상화되는 것이야말로 옳지 않다.

 

예외적인 예배가 일상화된 한국교회

코로나19라는 예외가 오기 전부터, 한국교회는 비정상을 정상화했다. 예외를 규범화했다. 예배의 공동체성은 아주 오래 전에 산산조각났고, 한 장소에서 예배한다는 것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영상으로 드리진 않지만, 영상으로 드린 것과 본질상 같은 예배가 한 교회 건너 한 교회다. 이러한 한국교회가 이 위급한 시기에  영상이냐 아니냐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논쟁거리다. 한국교회의 현주소다.

 

예배의 공동체성을 물어야 할 때

예배의 본질에 대한 이해 없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예배를 드리지만, 정작 예배의 본질에서 너무나 벗어난 우리는 논쟁할 때가 아니라 고민할 때다.

영상 예배는 예외적인 일이다. 이 예외를 일상화하고 있으면서도, 예외를 논하고 있으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코로나19라는 예외가 하루속히 일상으로 바뀌기를 기도한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 참에 한국교회의 예배도 진정한 일상화를 회복하길 바란다.

공동체성을 잃어버린 예배를 회복하길 바란다. 우리는 지금 영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예배의 공동체성을 물어야 할 때다.

공동체성을 상실했기에, 이 위급한 시기에 이웃의 어려움에 대한 관심보다 영상예배가 옳으냐 그르냐로 논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손재익 목사(한길교회 담임)

/출처ⓒ† : http://cafe.daum.net/cgs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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