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애 교수 간증(32)
작성자
신영삼
작성일
2019-07-25 15:32
조회
133
탈북자동지회 방문해 인사 나눈 뒤 매주 북한 음식 만들어 전달…
하 목사 병문안서 “예수 이름으로…”
주선애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앞줄 왼쪽 첫 번째)가 2009년 평양 숭실대 재건 모임에서 황장엽 전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세 번째), 방지일(네 번째) 박종순(다섯 번째) 목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02년 5월 제107주년 평양 정의여고 총동문회가 열렸다. 150여명이 몇몇 은사들을 모시고 여학생 시절의 추억을 더듬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당시 동창회 회장은 후배인 곽선부 선생이었다. 곽 회장이 “우리 황장엽 선생님을 한번 찾아뵙는 게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나는 놀라서 국정원에 계신데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그는 걱정 말라며 자기가 안내하겠다고 했다. 전 회장이자 정의학교 교사를 지낸 김명현 언니도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토요일마다 북한 만두와 북한식 콩비지, 장조림 등을 보자기에 정성스레 싸서 갖다 드렸다. 그 과정에서 이분이 주체사상을 버리고 우리 주님의 복음으로 거듭나면 북한의 어두운 세계를 빛나는 기독교 국가로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거라는 사명감을 느꼈다. 예수를 핍박한 사울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새 사람 바울로 변했듯이 그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전도를 잘하지 못하지만,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님은 연예인과 지성인들을 교회로 이끌며 전도에 탁월한 달란트를 보였다. 그래서 하 목사님에게 전화로 황 선생님 전도를 부탁하면서 토요일에 좀 찾아와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사님은 기쁘게 받아들여 책을 가져오기도 하고 선물로 모자도 사 와서 황 선생님과 사귀기 시작했다.
당시 전주대 이사장이었던 하 목사님은 황 선생님을 전주대 석좌교수로 대우하며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목사님 아들의 결혼식에서 목사님이 설교했는데 황 선생님이 경청하시더니 후하게 칭찬을 하셨다. 이때가 기회다 싶어 “선생님 이번 주일에 교회에 꼭 가서 하 목사님 설교를 들어보십시다”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황 선생님은 끝내 침묵하셨다.
하 목사님이 아산병원에 입원했을 때 일이다. 황 선생님이 병문안을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나는 입원실에서 두 분께 조금 무리일 것 같은 청원을 했다.
“오늘은 황 선생님이 하 목사님을 위해 먼저 기도하시고 저도 기도한 다음에 하 목사님이 황 선생님을 위해 기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반응이 나올까 싶어 긴장되는 마음으로 황 선생님을 바라보는데 그분이 머리를 숙이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아버지”라고 시작해 제법 기도를 하시고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끝을 맺으셨다.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이 그제야 황 선생님의 마음에 조금 싹을 틔운 듯했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